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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료소에서의 2년, 마음 속 싹트는 긍정의 힘
작성자 : 사무국    124.194.73.99  empty
작성일 : 2019-03-14 오전 10:40:47

 


현장이야기 - 대구희망진료소 공중보건의 이상석

20대의 그 긴 시간은 학업과 고민과 소소한 행복이었다. 30대가 되었고, 대한민국 남자라는 신분아래 군복무를 시작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과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라는 섬에서 1년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마냥 달갑지 않았지만, 섬 생활 1년 중 많은 일들을 겪었고 많은 배움을 얻었다. 대구로 돌아오게 되면서 희망진료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담당 공무원이 내 근무지를 희망진료소로 반 지정하다시피 하셨다. 동생이 근무하던 달성군으로 가고 싶은 이유들이 많았지만, 이것이 나에게 열리는 길이구나하고 2017년 4월부터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대구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쪽방주민들과 노숙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들을 위한 사회단체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첫 날, 강정우 국장님과 다마스를 타고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평리동 쪽방상담소 사무실을 인사가서 본 사무실, 직원 분들, 노숙인분들과 쪽방주민들이 적잖이 나에게 인상적이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재가방문 및 폭염활동 등으로 쪽방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들을 다녀보면서 대구에 이런 동네가 아직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같이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렇게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배웠고 무엇보다도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단체들이 존재하며 시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내가 하는 일은 희망진료소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진단하여 의료적으로 상급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하면 보내드리고 경증의 경우 약을 처방하여 드리거나 1차적인 처치를 해드리는 것이었다. 행정 등의 진료소 전반 업무는 쪽방상담소와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속의 박남건, 이태희 선생님께서 담당하셨다. 또 술에 취해서 거동조차 힘든 분들을 옮겨야 할 때는 행복나눔의집에서 정현우 선생님 등이 오셔서 고생해주셨다. 컴퓨터가 잘 안 될 때는 유경진 선생님이 오셔서 수고해주셨다. 여타 회식 자리에 항상 불러주셔서 또한 더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봉사자이신 플로리스트 정수정 선생님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 해주셨다.

암이 의심되어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하였다가 확진을 받고 수술 하셨던 분, 매달 한 번 오시는 것이 혈압약 때문인지, 내가 매일 아침 보는 신문을 모아 둔 박스 때문인지 모르겠는 분. 항상 우리 선생님들께 욕부터 하시는 분, 항상 술에 취해 와서 나에게는 <다음에는 꼭 안 먹고 올게요> 하시는 분, 또 아침 일찍 오셔서 내가 1분이라도 지각하게 되면 미안할 수밖에 없었던 분, 내가 권하는 건 매번 싫다고 하시면서 본인 원하는 것만 받아 가시는 분, 나에게 ‘과장님’이라고 불러주시며 깍듯이 대해주시던 분. 우연히 담배 한 대 같이 태웠던 멋쟁이 분.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도 많은 추억이 쌓였음에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항상 ‘오는 분들 한 분 한 분 다 귀한 분들이니 하나님처럼 대해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볼 때 안타깝고 부끄럽다. 오시는 분들의 필요가 제각각 달랐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은 모든 인간이 돈과 사랑이라는 현실과 이상의 두 가지 요건이 채워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나와 다름이 없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들어드리고 말하기 힘든 부분까지 나와 공유하시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애는 썼지만 여전히 인격과 실력에서 부족한 내 모습 또한 많이 보았다.

이제 다시 인턴을 하러 병원을 들어가는 시간이 다가 온다.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될 것이다. 나에게 대구희망진료소에서의 2년은 나도 몰랐던 나의 오만함과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시간이었으며 좋은 사람들을 매일 새롭게 접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행복한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기억은 미화된다고 했던가. 오시는 환자 분들의 수줍은 미소가 내 마음 속 한 켠에서 나에게 긍정의 힘을 몰아주고 있음을 느낀다.

후임으로 새로운 공중보건의 선생님도 배치되어서 희망진료소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또 한 명의 의사에게 좋은 배움의 장소를 허락해주시길 바란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희망진료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아저씨들이 시끌시끌하던 오후가 지나고 적막이 찾아온 희망진료소에서 여러분과 제 얘기를 나눠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리며 그간 고생하신 이선진 선생님, 이태희 선생님, 그리고 박남건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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