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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귀를 기울이면 쪽방에도 봄꽃이
작성자 : 사무국    124.194.73.99  empty
작성일 : 2019-03-14 오전 10:38:11

 


현장이야기 - 대구쪽방상담소 간사 임지윤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 마음과 몸이 지쳐갈 때쯤 나 스스로에게 준 보상은 휴식이었다. 과감하게 사회복지시설에서의 14년이라는 시간을 박차고 나오는 일은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 한다면 다소 망설여지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기저기 면접을 보고, 내가 생각한 만큼 취업이라는 문턱이, 그리고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 있을 때 우연찮게 대구쪽방상담소 단기 육아 대체 인력 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주변의 조언은 일단 한번 도전해보라는 자신감을 주었지만, 새로운 일에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이력서를 쓰게 되었다. 쪽방상담소가 있던 평리동은 왠지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20대 때 친구 자취방이 있던 동네라 많이 놀던 생각이 절로 났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입사와 함께 폭염 재가방문이라는 사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쪽방상담소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도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경력이 있어도 쪽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무했고, 쪽방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그 곳에 생활하는 쪽방주민들 역시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설렘을 안고 현장을 방문한 날!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주민 분들의 안부를 묻기 시작하였고, 몇 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가며 생활하는 쪽방주민들이야 말로 더운 여름이 야속하기만 할 것 같았다. 물품 제공과 건강상태, 안부를 묻는 게 전부이지만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표하는 분, 약주를 거하게 드신 분, 오늘은 어떤 물품을 들고 왔는지부터 확인하는 분 참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재가방문 첫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몇 시간을 땀과의 사투를 하고 걸어 다니며 안부를 묻고 시간이 흘러 마무리가 되던 시간, 푹푹 찌는 더운 여름 날씨가 야속하기도 하였고, 혼이 쏙 빠져나가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서 식사의 자리를 사양했었다. 쪽방상담소라는 기관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할 때 쯤, 재가방문 코스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게 되었다.

동구지역은 그나마 괜찮은 곳이라는 것을 세삼 느끼게 한 날 너무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 곳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내가 너무 이기적인 잣대로 그분들을 바라본 건 아닌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 때,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외삼촌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 외삼촌은 어묵공장을 운영하다 사업의 실패로 빚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남겨놓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었다. 지금도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모습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쪽방 주민분들을 보면 꼭 외삼촌 생각이 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쪽방에 살고 있는 분들의 사연 하나하나, 환경들에 대해 속사정은 다 알지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싶다. 다양한 사연으로 상담소를 찾아오는 분들, 그 분들을 기억하고 내가 상담소에서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알 때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름을 지나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는 시점에 참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새로운 도전, 희망을 선물해준 쪽방상담소 본부장님 외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고맙다.

나는 프리지아 꽃을 참 좋아한다. 향기에 반하고, 예쁜 색상에 반하고, 노랗게 핀 프리지아를 보고 있노라면 봄 같이 설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에, 또한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그런 꽃이기에 참 좋다. 프리지아 꽃처럼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도 설렘으로 가득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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