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화해의 시대로]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이사장 김영달 우리나라는 올해 6월 ‘205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국가 중 일곱 번째다. ‘2050클럽’이란 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를 일컫는다. 전 세계에서 ‘2050클럽’에 진입한 국가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주요 6개 선진국뿐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눈부신 경제발전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도 짙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고, 이로 인한 낭비는 약 3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 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효율성이 낮을수록, 소득불균형이 높을수록 갈등지수가 높아진다고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갈등 문제의 해결 없이는 선진 복지국가를 절대 이뤄낼 수 없다.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가 한목소리로 ‘통합’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안철수 후보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역설했다. 지난 선거에서도 국민통합이라는 화두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후보들이 모두 국민통합에 이 정도의 가치를 부여한 적은 없다. 그만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OECD는 작년 말 “회원국의 빈부 격차가 30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소득 불평등이 대공황 이전만큼 심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가을 월가 시위가 이유 없는 99%의 외침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와 구조조정 이후 소득 불평등의 악화와 함께 양극화가 심화됐다. 더욱이 한국의 소득 양극화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은 괜한 경고가 아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산층을 늘려야 한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를 차지하는 빈곤층을 줄여나가야 한다. ‘못 가진 자’(have-nots)가 아예 ‘가질 수 없는 자’(have-nevers)가 됐다고 느끼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사라지게 된다. 이런 국가와 사회에서는 갈등만 커지고 사회통합을 위한 컨센서스를 모으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고질적인 지역 간, 계층 간 갈등과 진보·보수 대립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추운겨울에 연탄불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경제적 하층구조에 속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문제이다. 이들의 적응과 삶의 질 향상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기능하게 해야 희망이 살아난다. 우리사회의 음지에서 힘들어하는 계층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두 손을 맞잡을 수는 정책적, 제도적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따뜻한 나눔의 확산은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며, 사회통합을 이끄는 지름길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