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전국 첫 ‘하우징 퍼스트 모델’ 1호 입주자 탄생
공공임대 통한 안정적 주거 제공
필요한 복지서비스 연계 지원도
“이렇게 시원한 집 얼마 만인지…”
입주자, 눈시울 붉히며 감사 전해
나머지 4가구도 순차적 입주 예정
시범운영 후 사업 추가 확장 방침

한정웅기자 hanjo@idaegu.co.kr
16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 성인 2명이 함께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 끝에는 박영수(가명·70)씨가 10년간 머물러 온 목조 여인숙 건물이 있었다.
1950년 지어진 건물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마주한 방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1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낡은 선풍기 한대가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고 이삿짐이라곤 옷가지 몇벌과 낡은 양은 냄비, 녹슨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전부였다.
쪽방상담소의 봉사자들이 짐을 옮겨주는 동안에도 박씨의 시선은 줄곧 낡은 여인숙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연신 “나 오늘 이사하는 거 맞제”라고 되물으며 설렘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새 보금자리인 공공임대주택의 문이 열리자 박씨는 한동안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깨끗한 방과 넓은 창문, 개인 화장실을 천천히 둘러본 그는 새하얀 벽지를 쓰다듬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삿짐 정리를 마친 뒤 시원한 집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박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더웠는데 집안까지 시원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새 삶을 선물해 준 대구시와 쪽방상담소에 고마운 마음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입주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5년간 요구해 온 정책이 현실이 된 사례이자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주거 취약계층에게 하우징 퍼스트 모델을 도입한 첫 결실이다.
쪽방상담소와 반빈곤네트워크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부터 일시적인 냉방 물품 지원을 넘어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 지원 정책을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요구는 지난해 10월 ‘대구광역시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행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며 폭염 기간 쪽방 주민들의 한시적 주거 이전이 가능해졌다.
대구도시개발공사가 공가 5세대를 제공했고 대구시가 입주 가구의 가전제품과 생활 집기를 지원했다. 시험 사업 기간인 오는 9월까지의 임대료와 관리비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금과 쪽방상담소 자체 재원으로 지원된다.
대구시와 쪽방상담소는 시범 입주를 마친 1호 입주자인 박씨를 시작으로 남은 가구의 입주 절차도 순차적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이어 시범사업의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사업 확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유경진 쪽방상담소 간사는 “이번 사업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먼저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한 뒤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하우징 퍼스트 모델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며 “대구시와 도시개발공사 덕분에 쪽방촌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해 머물 공간이 생겨 너무 기쁘다”고 답했다.
한정웅기자 hanjo@idaeg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