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장마가 끝나고 당분간 대구지역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인데, 이런 기후위기 때문에 더욱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햇볕과 복사열로 달아오른 작은 방 안에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쪽방주민들입니다. 역대급 무더위에 심리적 체념상태에 빠진 쪽방주민들을 우성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사내용]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오후.
쪽방주민들은 어떻게 이 더위를 견디고 있는지, 대구 칠성동 쪽방촌에 가 봤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주민이 선풍기 앞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습니다.
창문 커튼을 열어 젖히니 바깥에서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고, 선풍기 바람마저 뜨거워 방안의 열기를 끌어올립니다.
[쪽방주민]
햇볕이 여기에 바로 들어옵니다. 낮에 오후쯤 되면. 선풍기만 가지고 한 대 가지고는 안돼서 두 대를 지금 사용합니다. 한 대가 열나면 (다른)한 대 가지고 돌리고.
일주일 넘게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경북대 연구팀의 쪽방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대구지역 쪽방 실내 평균온도는 32.1도, 최고 40.1도에 이르고 열대야 기간 평균 수면시간은 4.2시간에 불과합니다.
[쪽방주민]
여기 있으면 완전히 지금 머리가 띵합니다. 한 두 시간 잠깐 눈 붙이다 뜨고 그렇지 못 잡니다.
온열질환을 비롯해 건강과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도 없어 그저 빨리 무더위가 물러가길 바랄 뿐 사실상 체념한 상태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쪽방이 대부분이지만 에어컨이 있더라도 월세와 빠듯한 생활비에 전기요금이 부담돼 거의 틀지도 못합니다.
[오현주 / 대구쪽방상담소 팀장]
방세도 부담이지만 거기에 전기세 5만원까지 올려서 받으면 더 부담스럽기 때문에 에어컨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에도 집에서 누워계시다가 온열질환 때문에 119에 실려 가셔서 결국에는 사망하는 분들이 좀 있었거든요. 고령에다가 기저질환도 있으시고 안부를 묻거나 이런 사람이 없고 가족과 단절돼 있으면 고독사 위험이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지원이나 열악한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폭염이나 한파 같은 기후위기로부터 쪽방주민들의 안전은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
[쪽방주민]
이런 방을 떠나려면 주택공사에서 보증금 230이나 내야 된다고 하거든요. 그런 걸 좀 감면해주든지.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200만원 300만원 어디서 나옵니까.
주거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 정부와 지자체의 근본적 대책마련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