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쪽방상담소] '쪽방의 여름' 대프리카보다 더 덥다...
4평 이하의 좁은 공간이지만, 바깥보다 더 더운 실내.
한여름 쪽방촌 내부 온도는 40°C에 육박한다.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폭염보다 더 더운 '쪽방의 여름'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쪽방 주민 4명 중 3명은 에어컨조차 없이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탓에 해마다여름이면 지역의 쪽방 거주민들은 건강권과 주거권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도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대구시가냉수 등 물품 지원을 하지만일시적인 처방일 뿐이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최근에는사람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재난급 폭염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대구에 쪽방 주민 등 폭염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5 대쪽진단 보고대회'...(왼쪽부터)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 이종원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 류지혜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연구교수(2025.6.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사)행복나눔의집, 대구쪽방상담소는 25일 오후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집(수성구 명덕로 411)애서 '2025 대쪽진단 보고대회 ? 기후위기 속 대구쪽방 이대로 괜찮은가'를 열었다.
대구지역 쪽방 현황과 경과보고는 유경진 행복나눔의집 간사가, 발제는 이종원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류지혜경북대학교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연구교수, 김성경연구원이 맡았다. 이어 토론자로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계명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나왔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대구지역 쪽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53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군별로 보면 중구 212명, 동구 126명, 서구 145명, 북구 50명이다.
남성이 496명으로 여성 37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중 기초생활 수급자는 모두 346명으로 전체의 64.9%를 차지했다. 미수급 157명, 미파악 30명이다.
재개발의 영향으로 최근 5년 사이 쪽방 거주민도 계속 줄고 있다. ▲2020년 713명 ▲2021년 671명 ▲2022년 624명 ▲2023년 604명 ▲2024년 592명에 이어 올해 533명이다.
올해 쪽방 거주민 536명 중 407명(75.9%)이 에어컨 없이 선풍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 쪽방 내부 온도는 최고 40.1°C, 평균 상대습도는 63.5%로 더위에 취약했다.
경북대학교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류지혜 연구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3년 8월부터 40개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쪽방 내 평균 온도는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인 26°C~28°C보다 4°C~6°C가량 높은 32.13°C, 최고 40.1°C였다.
평균 상대습도는 63.5%,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1331.6ppm으로 쾌적 실내 공기질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쪽방 거주민들의 78.6%는 견딜 수 없는 더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실내의 열을 낮추기 위해 선풍기 사용(38.7%), 자연 환기(24.4%)가 절반 이상이었다. 또 열감을 낮추기 위해 하는 것으로는 찬물 샤워 16.3%, 옷차림 조절 8.1%, 찬물 마시기 4.1%인 것으로 조사됐다.
류지혜 연구교수는 "쪽방촌을 포함한 폭염취약계층에 대한 정의와 온열감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내 온열 환경 기준을 제시하는 지역 맞춤형 폭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폭염 건강 모니터링과 맞춤형 건강 위험 경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온·습도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 등 쪽방 거주민들의 거주 환경을 집단별로 나눠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원 계명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쪽방에 온·습도와 조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 포름알데히드 수치 등 주거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시스템을 개발해 진단에 활용했다.
이종원 교수는 "실내 온도가 종일 높은 쪽방이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하지만 이를 평균으로 따져 본다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집단을 나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집단을 나누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 특징별로 복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대구시의 재난대피 관련 조례가 물품 지원에 한정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쪽방 주민들에 대한 임시 주거지원 예산을 공공임대주택 공가를 활용하자고도 제안했다.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쪽방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쪽방의 실내 온도는 권고 적정 온도보다 5°C나 더 높았다"며 "하루종일 고온을 유지하고 밤에도 수면이 불편할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환경에서, 폭염 쉼터와 같은 일시적인 제도 이상의 신속한 건강 피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은 "대구시의 재난 관련 조례를 보면 물품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것밖에 없다"며 "조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거취약계층의 폭염 문제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법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대책은 일시적으로라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냉방시설이 구비된 주거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2021년 기준 대구시 다가구매입주택 공가 현황을 보면 모두 270곳인데,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쪽방은 보증금 없이 일세나 월세 형태로 운영되는 거주 공간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인 1인 가구 등이 주로 생활한다. 최저 주거 면적인 14㎡(4.2평) 미만의 크기로, 독립적인 취사나 세면, 세탁 등의 부대시설이 없는 주거 공간이다. 대구에서는 중구 대신동, 북구 칠성동, 동구 신암동, 서구 비산동 등에 밀집돼 있다.
[출처] '쪽방의 여름' 대프리카보다 더 덥다..."대구시, 쪽방주민 보호조례 제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