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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진료소와 함께 한 2년
작성자 : 개발원사무국    124.194.73.99  삭제
작성일 : 2017-06-13 오전 9:41:43

 



인턴 및 레지던트과정을 마치고 나서, 다른 대한민국의 남자들처럼 병역의 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의관으로 발령이 나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라는 통지에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온 나라가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방송으로 보며 충격 받은 그때, 나는 천안함이 가라앉았던 백령도에서 근무가 결정되었다. 1년간 백령도에서 근무를 하고, 나는 다시 대구로 돌아올 것을 생각하고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처음 희망진료소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대구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쪽방 주민과 노숙인들을 위한 의료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사회취약계층에 처해 있는 분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한 번도 고민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막연한 거리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불편함이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내가 선택할 때 까지 희망진료소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렇게 나와 희망진료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희망진료소에서 진료를 시작한 후 받았던 첫 느낌은,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달리 진료소를 방문하시는분들이 대부분 유순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작은 것에 더 많이 감사를 표하는 그 분들을 보면서 내 마음에 감동이 있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어떻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진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진료소에 오시는 분들과 항상 좋은 관계만을 유지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내원 하신 분들과는 얼굴을 붉힐 때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서인지 추억처럼 느껴진다.


의료적으로 상급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하여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진료소도 점점 발전하여 병원 쪽방상담소, 노숙인센터, 동사무소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해결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잘 협조해서 치료해나가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해서 악화되거나 했을 때는 좌절스러운 느낌도 많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부족해서 치료를 못 받는 분들이 해결하기 가장 쉬운 케이스로 느껴졌다.


현대인들이 많이 경험하는 질환은 대부분 생활 습관병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환경에 의해서 질환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진료소에 내원 하는 분들 대부분은 식사조차 불규칙적으로 하는데, 음식을 비롯한 생활 습관을 교정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약으로 치료하거나 조절하더라도 금방 재발되거나 악화되는 것의 반복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희망진료소의 목표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생활환경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겠으나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여도 스스로 거부하는 분들은 더 이상 어떻게 도와 드릴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였다.


당연히 희망진료소에서 모든 문제들은 해결 할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2년의 기간이었다. 박남건 선생님, 이태희 선생님, 이선진 선생님, 정현우 선생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희망진료소도 내부적으로 많은 경험이 축적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희망진료소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중보건의가 더 이상 배치되지 않는다고 해서 많
은 걱정들을 하였는데, 후임으로 새로운 공중보건의 선생님도 배치되어서 희망진료소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희망진료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희망진료소 파이팅!


<홍재문/전 희망진료소 공중보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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