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만평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의 하루 - 만평주민도서관 운영위원 조경래 5월 1일 노동절, 오늘 하루만큼은 도서관이 그야말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본연의역할이 가능할 것이란 거대한(?) 기대를 가지고 주민도서관 문을 엽니다. 고요 속에 묻어오는 이 책 냄새. 음~ 역시, 좋습니다. 아, 그런데 2층에서 민준이가 내려왔습니다. 며칠 전 베트남에서 온 민준이는 8살, 곧 인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합니다. 일하러 가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오늘하루 민준이랑 도서관에서 놀아야할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아닌데.... ) “들어가도 돼요?” 떨리는 목소리만큼이나 부끄럼이 묻어나는 얼굴을 내미는 세은이와 혜은이 자매를 시작으로혹시(?)하는 불길한(ㅋㅋ) 예감이 듭니다. (뭐 세명 쯤이야 가뿐하지.....) 드르륵, 문이 또 열립니다. 이번엔 혜인이와 그녀의 껌딱지 남동생 혜성 남매입니다. 혜성이는 ‘쌤이 가만보니 속눈썹도 길고, 코도 입술도 이쁘 고, 눈썹도 진하고 참 잘생겼다’는 폭풍 칭찬을듣고는 도서관 왕팬이 되었습니다. 왁자지껄 또 한 부대가 납십니다. “쌤, 잔소리대마왕은 오늘 안 와요?” 욕쟁이 은영이는 모든 말이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아이지만 도서관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작은발표회’에서 민, 혜인와 걸그룹의 댄스를 선보이겠다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주민도서관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은 도서관 죽돌이 제원이는 도서관에서 하룻밤 잘꺼라며 이불짐을 들고 왔습니다. 오늘도 작은발표회 때 연주할 피아노 연습을 합니다. 드디어 경석, 석진 형제의 방문입니다. (난 석진이 니가 젤 반갑당. 너 없으면 베트남 말 밖에 모르는 민준과 한국말 밖에 모르는 쌤이 어떻게 하 루를 보내겠니!) “어, 오늘도 해요?” “원래는 안 하는데, 오늘은 특별 개방했지, 니들은 왜 왔냐?” “엄마, 아빠가 다 일하러 가고 학교도 방학이라서 갈 데가 없어요.” 점심 먹을려고 콘센트를 꽂아두었던 밥솥에서 고소한 밥 냄새가 몽실몽실 풍깁니다. “앗, 밥 냄새다. 쌤 배고파요, 밥 주세요.” (이런 개코가 있나, 놀게 해줬더니 뻔뻔스럽게밥까지 달랜다....) 태자쌤(잔소리대마왕)이 넣어둔 반찬도 총 출동하고, 배고프다고, 밥 좀 빨리 달라고 숟가락으로 밥상을 두드리는 아이들 소리는 쩌렁쩌렁 울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같이 먹는 밥이 제일 맛있더라고, 애들은 진짜없는 반찬을 투정도 않고 한그릇씩 뚝딱해치웠습니다. (아, 난 한 숟가락도 못 먹었네. ㅠㅠ) “쌤, 도서관 맨날맨날 문열어 주세요~~” 어른들이 다 일하러 가고 갈 곳이 없다는 우리도서관 아이들. 첫날 울다가 만난 민준은 이제 웃을 줄도 알게되고, 욕쟁이지만 리더쉽이 탁월한 은영이는 도서관에 온 후로 살벌하던 눈빛과 욕이 확 줄었고, 학교에선 늘 주눅들어 있던 혜성은 가슴이 쫙 펴졌고, 제원이의 끝나지 않을 수다는 오늘도 진행중이고, 자신이 베트남 말을 할 줄 안다는 걸 부끄러워하던 석진은 이젠 쌤을 가르치고, 칭찬이라곤 한번도 못 들어봤을 민서와 세상에서 젤 작지만 젤 예쁜 현서, 운동회 계주에서 꼴찌여도 끝까지 달렸던수연, 오랜만에 와서 자기 이름이 광현이 아니라며 내 발음을 두고 기싸움하던 강현, 매일 도서관이문 닫을 즈음 와서 초고속으로 책 한 권을 보고 가는 준범. 이름은 똑같은데 다 다른 세 명의 혜인이 들..... 오늘도 터져나갈 듯 도서관을 꽉꽉 채우고 있는 저 아이들이, 다음 달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를 그려봅니다. “세상에 이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