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구박사에게 길을 묻다.] 83세의 적지 않은 연세에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이윤구 전 적십자 총재를 만나 뵙기 위해 2011년 11월 15일 수업이 끝난 저녁시간 한동대를 찾았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포항 바닷바람과 산 공기가 제법 차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늘 젊은이처럼 사시는 이윤구 박사님은 사모님과 맞춰 입으신 후드 티셔츠를 입으시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Q. 박사님 특별한 건강관리 비결이 있으신지요? A. 건강관리는 일 많이 하는 거야. 일 많이 하면 아플 시간이 어디 있어. 교수들이나 직원들도 불가사의로 생각하고, 지금도 이렇게 입고 입학사정 갔더니 깜짝 놀라. 언제 늙으시려고 학생처럼 입고 다니냐고... 무슨 노인이 젊은 교수보다 더 열심히 하냐고 하지만 이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야. 불이 붙었을 때 움직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이상한 게 아니야. 이윤구 한동대 석좌교수는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봉사, 구호활동을 펼치고 예순이 넘어서는 통일운동에 헌신했다. 지난 2000년 인제대학교 총장을 거쳐 2004년 23대 대한적십자사 박사를 역임한 뒤 현재 한동대학교 석좌교수와 해비타트 울산지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국가원로로서 여전히 대북지원과 사회 의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윤구 석좌교수는 ‘청년정신’ 아니 본인의 말씀처럼 ‘소년정신’으로 충만한 느낌이었다. Q. 자원봉사기본법도 만드시고 많이 활동하셨는데 박사님 생각하시는 자원봉사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자원봉사는 내가 시간을 내고 돈을 내어 남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원봉사가 절대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처음에는 돕는다고 시작해도 그것을 넘어서는 자리에 가야 자원봉사를 철저하게 할 수 있어. 남을 돕기 위해 한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고, 내 삶의 완성을 위해 내가 수도하고 훈련한다고 생각해야 실패하지 않고 내 삶이 발전하는 길이야. 다음단계에 가면 남을 위한 것도, 나를 위한 것도 아니고 우리를 위한 거야. 공동체가 형성되려면 먼저 갈라진 개인과 개인사이가, 또 갈라져있는 가족과 가족사이가, 가족과 사회가, 국가와 국민이 나누어진 것을 모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를 형성해야하고 여기에 자원봉사가 선구자가 된다는 차원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해. Q. 저희들이 하는 일은 많이 부끄럽습니다. 박사님께서 지금까지 UN활동도 하시고, 월드비전 회장도 역임 하시고, 적십사 총재도 하시고,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시는 등의 활동을 하시는데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역할과 성과가 있다면요? A.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듯하다. 60년 넘게 공생의 길을 가고 있는데, 어느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땔까... 생각하면 아무래도 6.25전쟁 이후에 북에서 오신 피난민들 도왔을 때가 내 젊음을 다 바친 활동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자살할 사람들이 다시 살게 되고, 굶어서 쓰러진 사람들, 가족들을 껴안고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오는 구제품을 나누고, 취직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생각해보면 그때는 돈 얼마 안들이고도 한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아마 100만 명은 넘게 살렸을 거다. 돈, 물질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있는 사람을 껴안고 함께 우는 것이 사람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내 마음이 얼마나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냐. 그 정신이 세상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그 후에 한 여러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계속 구제품만 받아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고민하고 있는데 한 교장 선생님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왔다 하는데 물을 막으면 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해안 간척지 사업이다. 한 사람의 믿음이 지도를 바꾼다고.. 구제품 먹으면서 없던 땅이 새로 생겨 논이 되니까 몇 만 명의 피난민이 살게 되었다. 그런 기쁨은 이로 말로 할 수 없다. 이윤구 박사는 일관되게 봉사든 구호든 자신을 비우고 완성해나는 과정이라고 말하였다. 우리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나 감동을 넘어선 자리까지 가야 한다는 말에서 자기성찰과 인격완성으로서의 자원봉사활동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윤구 석좌교수가 평생을 살아오신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이 말씀하신 것을 증명해보이신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