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을 다녀와서 대성에너지(주) 그루터기회장 한승훈 지난 8월 2일 저녁, 대구쪽방상담소와 대성에너지(주) 그루터기봉사단이 쪽방주민의 실태확인과 폭염물품 전달을 위해 매주 화요일 ‘쪽방모니터링’을 시행하기로 한 첫날이다. 며칠 동안 내렸던 비 때문인지 습기로 인한 눅눅함을 몸으로 느끼며 얼음생수와 선풍기 등을 챙겨들고 좁다란 골목길 앞에 섰다. 골목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허름한 집들을 한참 지나서야 김모 할아버지(78세)가 사시는 쪽방을 방문할 수 있었다. 쾌쾌한 곰팡이 냄새와 딸각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소리, 두 평 남짓한 방 한 켠 에서 아픈 몸을 뉘이고 계시는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라 하셨다. 얼마 전 수술로 인해 몸이 많이 쇠약해 계셨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을 찾아와준 우리를 무척이나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요즘 힘든 점은 없으시냐?”는 질문에“병원에서 수술 받고 왔더니 지원금이 줄었어. 이거 받아서는 방값내고 나면 없어. 구청에 가서 하소연해 봐도 ‘다음부턴 더 드릴게요’하고선 지금도 이것밖에 안 나와.”라며 낡은 통장을 하나를 보여주신다. 입금내역을 살펴보니 생활지원비와 노령연금 등이 작년보다도 줄어 이번 달은 30만원이 약간 넘는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다. 가끔씩 교회에서 쌀과 반찬을 가져다 줘서 근근이 생활하신다는 할아버지는 이렇게 잊지 않고 방문해주는 우리가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신다. 준비해간 생수와 선풍기를 전달하고 방을 나섰지만 뿌듯함 보다는 서글픔이 더 큰 방문이었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골목길 옆 허름한 여인숙이었다. 2층에 위치한 방에는 박모할머니(67세)와 임신한 딸, 그리고 5살 손자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었지만 천장과 벽지에는 검은 곰팡이로 물들어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로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었다. 산모와 아이에게는 시급한 이주와 산모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사항이라 쪽방상담소 장국장님이 주거지원사업에 대한 자세한 안내 설명과 함께 산모에 대해서는 육아문제와 관련한 전문가와 상담을 권고하였다. 이후 방문한 서너 곳의 쪽방사정도 앞서 방문한 쪽방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리일행은 골목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주거소외계층인 쪽방의 실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마음 한편의 찜찜함은 떨칠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 높다랗게 솟아있는 관공서 건물과 지나가는 외제 승용차들이 오늘따라 더 밉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