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이 풍기는 향기 자원봉사능력개발원 고문 김선 일평생 살면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같이 하지 못하는 가족 친지와 사랑으로 보살펴 준 옛 은사, 어린 시절의 동무, 또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까지 내 옷깃을 스쳐간 사람이 문득 떠오른다. 가끔씩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유행했던 시절에 함께했던 사람의 체취와 향기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그 어떤 것보다도 생생한 것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고마운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닌가 싶다. 싫었던 기억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잊어져 갈 수 있는 반면에 좋은 기억은 참으로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 나에게 고마웠던 사람은 언제라도 다시 찾아보고 싶고, 그 사람이 베풀었던 호의에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나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상대방은 모자라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또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고마웠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사실 그 사람이 준 것 때문에 고마웠다기보다는 내가 받은 것으로 인해 나의 필요가 충족되었기 때문에 내 마음 속에 남아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한마디 더 해주고,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조금 더 같이 있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항상 고마웠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듯 나도 누군가에게 정말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물질적인 부분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게 가진 것을 나누어 주면 되고, 내가 가진 재능을 남에게 나누어 줄 수 있으면 나누어 주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소중했던 사람을 기억하듯이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할 수도 있고 그 사람과 나는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중한 인연은 더 함께할수록 더 좋은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에서는 아사코와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인연은 옛 추억의 인연이 아니라 세 번, 아니 삼십 번을 더 만나도 좋을 그런 인연이다. 이웃이 될 수도 있고, 주변에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을 찾아보고 그 사람들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면 나 혹은 나 주위에 있는 사람이 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훗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면서 나에게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지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 소중한 인연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이다. 나도 가끔은 고마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서로 서로가 고마움으로 엮인, 그런 사연이 많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의 노래와 향기를 좋은 인연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그 사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불러주는 노래와 서로에게 풍기는 향기를 좋은 인연으로 간직하며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고, 많이 배려하고, 많이 나누면서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단체로 성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