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얼굴 없는 천사"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이사장 김영달 일본이 최악의 대지진으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9.0으로, 1900년 이후 발생한 지진 중 네 번째 강진으로 기록됐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노자(老子)의 통찰력이 새삼 와 닿는다. 태산 같은 쓰나미는 인정사정없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지진에 이은 쓰나미, 화재, 원전사고의 복합 대재해는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다. 이보다 더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것이 있다. ‘전후 최대의 위기’라는 엄청난 천재지변에 맞서는 일본인들의 의연한 모습이다. 무법천지(無法天地)의 무질서와 혼란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삶과 죽음의 갈림에서도 더 힘든 처지에 처한 남을 먼저 배려하고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메이와쿠(迷惑) 가케루나 문화’가 엄청난 비극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번 지진을 스스로 겪고 있는 것처럼 일본을 위로하고 도와줘 감격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와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그동안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일본을 도우려는 우리 국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는데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일본을 돕기 위한 모금에는 배용준, 이병헌, 최지우, 류시원 등 한류스타들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한 목소리를 내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진 발생 사흘째인 14일 오사카시에서 70대의 한 여성이 지진피해 복구와 피난민들을 위해 써 달라며 1천만엔을 기부했다. 같은 날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도 고령의 한 여성이 지진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 100만엔이 든 봉투를 보내왔다. 이 여성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러한 자발적인 도움과 나눔의 모습이 인간이 가진 본성의 한 측면이 아닌가 한다. 자원봉사라는 말이 가진 인간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나눔의 가치가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가진 가장 큰 무형의 자산이라는 사실은 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근거라고 느껴진다. 새롭게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이사장이란 직책을 짊어지고 여러 가지 고민과 책임을 느끼면서도 이런 ‘희망’을 바라보며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지난 15년의 시간을 노력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희망을 지역사회 안에서 더 큰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