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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와 아이를 함께 자라게 한 만·주에서 자세히 보니 더 사랑스러운 아이들
작성자 : 사무국    124.194.73.99  empty
작성일 : 2019-03-14 오전 11:01:15

 


개발원이 만난 사람들 - 만평주민도서관 운영위원에서 사회복지 실습생으로 강현정 선생님

올해는 개발원과의 인연을 맺은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둘째 아이가 초등 1학년일 때입니다. 한때 병원이었던 곳에 낯선 간판이 걸려서 호기심에 가 보았더니 3층에 조그마한 책방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도서관이라기엔 어설퍼 보였던 곳이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1층, 2층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가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2009년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남편의 건강이 갑작스레 나빠졌기 때문에 함께 운영해오던 소규모의 보습학원을 정리하던 해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불안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일단 남편의 건강 회복이 우선이라서 아이들에게 잘 해줄 여건이 안 되었습니다. 이런 때 위안이 되었던 곳이 만평주민도서관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스스럼없이 도서관을 오갈 수 있었던 것은 항상 편하게 반겨주시던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색다른 경험도 했습니다. 저희가 형편상 해 주기 힘든 것들을 말입니다.

해가 바뀌어 우연히 홍보지에 난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지초등학교 근처에 교습소 자리가 난 것입니다. 여러 조건이 제게 딱 맞아서 망설일 틈 없이 인수했습니다. 이때부터 현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서서히 생활에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도서관 일도 돕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 일에 참여하면서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프로그램 운영에 봉사자들이 선생님 역할을 해야 되니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도서관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구시내 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좌들을 선별해서 찾아다녔고 자격증 취득이 되는 강좌를 들었습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다니면서 독서 관련 자격증을 비롯해서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타 도서관 동아리 활동으로 접하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우리 도서관에서 활용했습니다.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바쁘게 살아온 이때를 돌아보니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을까 싶고 그 배움의 시간은 일상의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게 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겨울방학에도 어김없이 씨앗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2주일간의 무료수업이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전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실습생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저는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공부하였고 방학에 맞춰서 실습수업을 쪽방상담소에서 했습니다. 2주일간은 기관 업무 지원으로 도서관에서 실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필수 수업과정이기에 최대한 본업과 시간을 조정하여 열심히 했습니다. 예년에는 여건상 주 1회 씨앗 수업만 하였기에 전 과정을 함께 할 수 없어서 늘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찾아오는 아이들을 좀 더 살피게 되었고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봉사자에서 실습생이 되어 보니 같은 일이라도 보는 시각과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학생으로서 배우고 있는 거야라고 자기 주문을 걸었습니다. 익숙한 곳이라서 편하겠다가 아니라 지금 귀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씨앗학교 수업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맡은 선생님들이 준비를 많이 하셔서 완성도 높은 수업이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들은 때로는 엄마, 친구, 선생님, 상담자의 역할을 하면서 든든하게 도서관의 지킴이로 계십니다. 무엇이든지 해 낼 수 있는 만능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10여 년간 많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활동사진을 볼 때마다 한 명 한 명을 추억하게 됩니다. 더 이상 찾지 않게 된 아이들의 빈자리는 어김없이 누군가로 채워집니다. 계절이 순환되듯이 도서관의 사계절도 순환됩니다. 파릇파릇 새싹이던 아이들이 싱싱한 잎을 가진 건강한 나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해충도 잡아서 없애주고 곁가지도 잘라내고 물과 양분도 주어야 잘 자라겠지요. 그런 일을 나는 우리 도서관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몇몇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 사정을 헤아려 채워주려고 애씁니다. 사랑 한 스푼, 관심 한 스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아이는 보듬어줍니다. 자주 보게 되면 더 많이 보입니다. 우리 도서관이 특별한 건 세심히 살펴보려는 지킴이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편안하게 반겨 주고 안부를 물어 주는 지킴이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꿈꿀 수 있게 도와주고 계십니다.
환한 미소로 오늘도 “얘들아, 어서 와”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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