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춘희(에코하우스 디자인 대표, 한국주택에너지진단사) 지난 10월 20~22일 3일간 쪽방상담소 소장님을 비롯하여 상근자분들과 동행하여 쪽방 주거 실태조사를 위한 주택에너지 진단을 실시하였다. 쪽방 주거지의 건축물의 상태로는 평균 40여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주택으로 전반적인 주거 환경이 열악하며 계단이 좁고 가파른 상태여서 주거주인들이 노약계층으로 안전에 위험요소가 크며 공동사용공간인 복도, 화장실, 세면장 등의 공간은 쾌적한 생활은 상상도 못할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2011년 국토해양부는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데 필요한 최저주거기준을 1인 12~14m²(3.63~4.23평)으로 정하였으나 쪽방의 경우 평균 면적이 4.75m²(1.44평)으로 기준치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빛은 ‘자연적인 햇빛’이나 쪽방 거주지의 공통적인 특성은 자연채광 및 자연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점이다. 실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유해요소(진드기, 곰팡이, 세균) 등이 습기와 먼지 등을 먹이로 하여 살고 있다. 이러한 유해요소는 태양빛에 의한 살균과 청결한 실내 관리를 통하여 억제될 수 있다. 그러나 햇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는 이러한 유해요소들이 널리 번식하여 천식 등의 호흡기계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수치에도 영향을 주어 우울증, 치매증의 발병과 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햇빛에 의해 생성된 비타민D는 섭취된 칼슘의 체내 흡수, 저장을 돕는 역할을 하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이처럼 채광은 물론 자연 환기도 이루어지지 않아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진단사업을 수행하는 기간 내내 뇌리에서 떨칠 수 없었던 문제가 주거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 추구권은 빈부의 차이로 차별되어서도 안 되고, 누구나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먹는 문제나, 입는 문제나 똑같이 생각되어야 한다.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에게 무료 식사를 자원봉사 하듯이 주거권 역시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세 모녀의 자살을 들춰 내지 않더라도 대구지역에 1000여명이 쪽방 거주자들이 살고 있고 이들의 주거환경은 교정시설보다 못하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얼마 전 교정시설에도 난방이 된다고 언론에서 보았는데, 도시의 한 구석 어두운 골목길에서 달셋방에 살아가는 이들의 주거환경은 심한 경우는 차마 사람이 살 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했다. 대부분의 쪽방 주거지들은 지어진지 40년 이상 된 노후 한 집에서 살고 있으면 집주인 역시 단지 건물 주인이라고 할 뿐 이들 역시 빈곤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계층의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열악한 여관과 여인숙은 이들 쪽방 거주자들 이외에 일반 여행객들이 머물지 않고 있어 여관, 여인숙의 공실률이 50%가 웃도는 가운데 임대료 소득으로는 관리하는 사람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실정에서 건물을 개보수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이들 주거지와 달리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희망하우스”를 비교 측정한 결과, 2014년 개보수 한 상태로 쾌적할 뿐 아니라, 주택에너지 진단 측정결과 역시 표준치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이들 방을 측정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서 주거하는 쪽방 거주민은 아주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쪽방상담소 장민철 소장님의 이야기는 특별하게 요구하지 않았지만 주거환경이 개선됨은 물론 차후에 탈 쪽방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공공임대주택, 아파트를 얻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일을 찾아 새벽이면 일을 나가거나,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의 의미는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고 먹고 자는 기본욕구 충족을 넘어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희망하우스 거주자에게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인간이 누려야하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주거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스스로의 자존감이 무너져 사회인으로써의 기본 생활을 영위 할 수 없을뿐더러 피폐한 삶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능력도 같이 무너져버린다. 그러므로 쪽방거주자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단순한 공간적인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거주하는 사람의 삶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번의 에너지 진단 및 측정 활동이 지금 당장의 주거 개선 시공 사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실정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분들은 물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실질적인 사업의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진단 업무를 수행한 사람으로 아주 보람을 느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