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날 동대구역 지하철역 광장에서 거리무료급식에 밥 한 끼를 드시러 온 김씨 어르신을 만났다. 남루한 차림새에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짚고,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다니신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보통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식사를 마치고 물을 드시고 계신 어르신께 다가간다. “어르신, 집이 어디세요?” “내 서재에서 안오나. 서재, 와룡산 밑에 집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정부에서 돈은 나옵니까?” “돈? 그런 거는 안나와. 누가 나한테 돈을 준단 말이고?” “그 먼데서 어떻게 오십니꺼?” “지하철타고 이래저래 오지” 와룡산 밑에 집이 있고 지하철까지는 걸어오신다고 했다. 허리가 굽은 몸으로 서재 고개를 넘기에는 춥고 힘드실텐데, 금방이라고 하신다. 혹시 겨울철 위험하지 않으신지, 급식을 마치고 어르신과 함께 서재로 동행했다. 지하철 2호선에서부터 서재 집까지는 꽤나 멀었다. 이 길을 불편하신 몸으로 추운 날 걸어 다니신다니 안타까웠다. 그런데 길을 가르쳐 주시는데 점점 아파트 숲이 무성한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파트입구에서 이제 되었으니 가보라고 하신다. 무슨 사연이실까 해서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어르신께 잠시 실례합니다 하고 들어서자, 50대 후반으로 되어 보이는 조카분이 계셔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카분이 말씀하시길 어르신은 정신장애가 있으시고, 다른 집에 더부살이를 하시다가 더부살이가 끝나고, 형(조카분의 아버지)집에 살다가 형이 돌아가시고, 형수는 병원에 가시고, 이제는 조카가 모시고 있다고 한다. 김씨어르신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찍 집을 나서서 밤10시, 11시가 되어야 들어온다고 했다. 아마도 조카분집에 있다는 사실이 눈치가 보이시는 것 같았다. 상담소로 돌아와서 관할 관공서에 기초생활수급유무를 확인하자, 이미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어계셨다. ‘이상하다. 어르신은 수급자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계신데’ 무료급식소에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을 모시고 관공서에 동행을 했다. 어르신은 정신장애가 있어 병원에 있는 형수가 수급비를 관리하다가 언젠가부터 조카분이 관리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어르신은 현금을 받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씀하신다. 지금 현재 관공서에서 조카분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이다. 또한 어르신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의뢰하고, 관공서의 사례관리를 시작했다. 식사 한 끼 하시러 먼 곳까지 다니지 마시고 지역인근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노인관련 복지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생활 만약 어르신이 지금의 집에서 나와 생활시설에 입소하신다면, 의료시설인 요양병원, 요양원은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수 없기에 어려울 것 같다. 노인주택, 공동생활가정, 양로시설이 가능하실 것 같은데,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셔야 하며, 배가 고픈 문제는 해결 될 수 있지만, 자유로운 생활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이 더 본인에게 맞는지 한 달만이라도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어르신은 거리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 중에서도 한 눈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임을 알 수 있다. 거리노숙을 하실 것 같은 남루한 차림새와 허리가 휘어진 모습이다. 그런데 무료급식소에서도 한끼의 식사를 제공하는데 그쳤기에 어르신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웃 슈퍼나 상점에서도 어르신이 노숙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며 어디에 계신분이냐며, 되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파트 공원과 거리에서 스쳐보았지만, 다가가서 말을 건낸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아버지, 어머니....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무료급식소와 교회에서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아버지도 김씨 어르신처럼 기력이 쇄하시고 병이 들텐데, 과연 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잘 모실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은 2008년부터 시행해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미 부양의 의무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책임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노인관련제도가 좀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이웃의 관심이 없다면, 그 또한 무용지물이다. 또 한 분의 김씨 어르신이 될지 모르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조금 더 나은 노년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