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드림센터에서 꿈꾸는 희망 - 대구쪽방상담소 소장 장민철 2013년 12월 어느 날 이었나보다. 희망하우스 사업을 통해 경험한 쪽방주민들의 주거상향을 위한 통합모델을 꿈꾸며, 개발원 송년의 밤 행사 때,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맘으로 회원들 앞에서 꿈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꿈을 얘기하고 꿈을 나누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곤 2014년 6월 어느 날, ‘희망드림센터’는 서구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그렇게 기적처럼 문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퍼즐처럼 어느 한 조각이라도 없었다면 완성된 작품이 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한계라고 느낄 때마다, 어느새 누군가의 도움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왔던 것 같다. 처음 막막한 마음에 고민만 하던 우리들의 손을 반갑게 잡아 준 구미삼성전자, 물심양면으로 예산을 마련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대구시, 공사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만난 한국해비타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들이 희망드림센터 구석구석에 한조각, 한조각씩 각기 다른 모양으로 끼워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는 벌써 1년이 지났다. 희망드림센터 1층 마을기업 ‘(주)따신 밥 한 그릇’은 이제 동네에서 어엿하게 자리 잡은 마을의 기업이 되었다. 요즘 같은 5월에는 기본적인 도시락 배달 뿐만아니라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출장급식, 도시락 주문이 밀려온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수익금으로 쪽방주민들을 위한 반찬나눔, 무료급식은 물론이고, 평리3동 주민들을 위한 나눔활동으로 그 역할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배달을 하시는 박00 아저씨가 십년 넘게 따라다니던 빚을 다 청산하셨다는 것이다. 이제 가족에게 다시돌아갈 날을 꿈꾸며 조금씩 돈을 모으고 계신다. 마을까페 ‘커피마을’은 이제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마을 한 가운데 생뚱맞게문을 열었던 ‘커피마을’은 이제 동네 아주머니, 통·반장님, 인근 가게 사장님들, 앞집총각, 동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개미산 북까페는 너른 공간이 없는 이곳 마을에서 주민들 소통의 공간으로, 자원봉사자들, 쪽방주민들의 교육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 해에도 평리3동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3층, 4층 희망하우스는 여관방에 살던 00가족이 얼마 전 이사 와서 현재는 6가구 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족노숙 혹은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쪽방주민들을 위해 만든 402호(한 가족이 독립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화장실, 주방, 거실이 분리된 방)가 톡톡히 제구실을 하고 있다. 2층 사무실은 우리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사용하는 사무 공간 외에도, 구석구석에 쪽방주민들을 위한 수많은 물품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찾아오시는 주민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공간으로 늘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카페 한 켠에 위치했던 쪽방진료소는 ‘대구희망진료소’라는 이름으로 곽병원 별관 2층에 새롭게 자리잡았다. 희망진료소는 쪽방주민들 뿐만 아니라, 거리노숙인, 쉼터노숙인들도 통합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통합진료소모델로 운영 중에 있다. 희망드림센터가 만들어 낸 1년 동안의 많은 모습들과 활동들을 돌이켜보면서 이제 한 숨 돌릴 만도 한데 또 다른 꿈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몇 년 전 막연한꿈을 꾸던 그 때도 그랬듯이 되든 안 되든 꿈꾸는 건 자유이니까, 꿈꾼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니 또 한번 꿈꿔본다. 평리동이라는 대구 서구의 작은 마을 구석구석에 보면 오래된 듯하지만, 아기자기한 집들과 골목들, 그리고 정감 넘치고 시끌벅적한 시장의 난전들이 많다. 잘 사는 다른 구의 어떤 동네들과 비교해 보면,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애들 키우기에는 위험하다, 학군이 좋지 않다, 골목이 어둡다, 지저분하다 뭐 이런말들로 표현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동네를 거닐며 이웃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단골 가게를 지나칠 때면, 주인이 커피 한 잔 뽑아서 건네주는 정이 여전히 살아있는 동네다. 어버이날에는 마을의 작은 피자가게에서 수백 판의 피자를 동네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나눠주고, 설레는 맘으로 피자를 받기위해 늘어선 아이들의 줄이 진풍경을 만들어 내는 그런 동네이다. 어찌 보면 우리 쪽방주민들도 과거에 이러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이웃들과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쪽방촌이라고 하는 쪽방들이 밀집한 골목, 쪽방주민들만 모여 사는 그런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들도 평리동 주민들 같이 서로 부대끼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며,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이 동네에 들어와서 생긴 꿈이, 그렇게 살아왔던 모습들을 쪽방주민들과 다시 한 번 그려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로 인해 죽어버린 시장의 빈 점포들을 쪽방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내는 일도 하고 싶다(개발원이 쪽방주민들과 함께 수년 째 해오고 있는 사과판매, 혹은 농산물 유통가게를 한다든가). 낡고 오래된 집들을 쪽방주민들과 함께 깨끗이 수리해주는 동네관리사무소 사업도 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이런 쪽방주민들의 일터를, 저녁시간에는 주 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이용하는 '공간 SHARE'를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동네에 쪽방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단편적이고 일률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개인의 특성과 능력과 건강과 상황에 맞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이러한 일자리를 통해 얻은 소득으로 일터가 있는 동네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더 좋기는 쪽방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희망하우스라던가, 공동소유주택도 시도해 보고 싶다. 이런 저런 일들로 또 몇 년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쪽방주민과 동네주민의 구분이 없는 동네, 사람 사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이런 꿈을 꾸며 상상을 하면 가슴 어느 한 구석에 작은 설렘이 조금씩 일어난다. 사라질 듯 사라질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항상 다시 살아나는 설레임이 말이다. 이러한 설레임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