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유진이네 가족과의 만남 –7기 무지개가족 이야기 무지개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 7기 박정현 다문화 가족과 일대일 결연을 한 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관계를 지속할 가족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아는 분이 알려주었다. 그래서 난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반대하는 신랑 덕분에 가족회의를 하게 되었다. 신랑은 “뭘 그런 걸 해.” 라고 했고 둘째 딸 유진이와 나는 “그래도 우리가 북구다문화지원센터에서 봉사도 하고 그러는데 뭘 그런 거라니 그러면 안되지. 해 봐야지. 혹시 모르잖아 인연이 또 될지도.”라고 하며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신랑이 “그럼 해보던지.”하면서 동의를 해주었고, 첫째 아들 헌제는 그냥 대세에 따라주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무지개의 한 색깔을 가지는 가족이 될 수 있었다. 결연을 하기 전에 우리는 다른 국내 가족들과 미팅을 했고, 그때 우리와 결연할 가족이 필리핀 엄마인 전에덴씨네로 또 다른 유진이네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름도 같은 이런 인연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첫 만남은 동성로의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한 참을 기다려도 에덴씨네 가족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우리끼리 음료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카페입구에서 누가 “여기 혹시~!”하며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하는데 직감적으로 우리와 짝꿍이 될 전에덴씨네 가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의 직감이란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첫 인사를 하고 우리의 자리로 안내를 하고 나란히 앉았다. 어색한 첫 만남을 깨기 위해 게임이 진행되었다. 에덴씨네의 유진이와 우리 집의 유진이를 게임에 내 보냈다. 참, 에덴씨네 둘째 유진이는 남자아이고, 우리 집의 둘째 유진이는 여자아이다. 아깝게도 우리의 두 유진이는 탈락했고 자리로 들어왔다. 우리집 첫째 헌제는 쑥스러운 듯 웃어가면서 게임에 참여를 하였고, 에덴씨네 첫째 영진이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헤어질 때 전화번호를 교환하면서 나를 뭐라고 입력하나 봤더니 [첨 본 아줌마]로 입력하고 내 전화번호를 저장하였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 첫 만남을 끝이 났다. 처음에 “뭐 그런 거 하려고”하던 신랑은 즐거운 만남 이후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전에덴씨네 좋은 식구인거 같더라. 앞으로 만나면 잘 챙겨줘.”라고 했다. 역시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이후 문자를 두 번 정도 주고받고 결연식에서 만난 에덴씨네 영진이와 유진이와 인사를 나누고, 결연식도 무사히 마치고 즐거운 레크레이션과 맛난 저녁까지 먹고 영진이랑 헤어지는데 영진이의 전화기에 나는 [아는 아줌마]로 바뀌었다. 그 사소한 것 하나에 이렇게 기쁘다니… 사람의 인연이란 정말 무섭다. 그리고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정말 세심한 배려와 준비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쓰다간 매번 만난 이야기를 다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가장 나에게 가장 좋았던 시간의 추억을 이야기 해야겠다. 결연 가족들과 포항 구룡포에 갔다. 그 곳의 근대거리를 걸으며 일제 시대의 구룡포에 대해 해설사의 이야기도 듣고 거리도 거닐었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구룡포의 전경도 보았다. 정말 좋은 경관이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가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시간이 있었는데 난 이때가 가장 좋았다. 몇 번을 만나도 아이들 챙기기에 바빠서 에덴씨랑 이야기를 못 나누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고 난 에덴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그냥 옆집 아는 아줌마들의 대화였다, “아이들은 어떠냐? 공부는 잘하냐? 고향에는 자주 가냐? 엄마가 영어를 잘 해서 좋겠다. 부럽다.” 등 나는 이런 질문을 하였고, 에덴씨는 나의 질문에 정말 정성껏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에덴씨는 “애들이 너무 공부만 한다. 가끔은 불쌍하다. 원래 이렇게 공부만 하냐? 필리핀은 안 그렇다. 우리 애들은 학원을 안다니는데 보내야하는지 고민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했고, 나도 정성껏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다의 파도소리와 바람 그리고 아이들의 소소한 장난, 그리고 에덴씨와 나는 같은 엄마로써의 고민을 동감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결연가족 구룡포 여행이후 우리의 만남이 공식적으로 이루어 질 때면 에덴씨네 영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좀 늦으면 더 기다려지고, 혹시 안 오나 온다고 했는데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이 알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 같다. 만남이전에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이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데 알게 된 이후로는 가끔 문득 생각이 난다. 여러 가족 중에 에덴씨랑 인연이 되고, 같은 추억이 생겨서 참 행복하다. 물론 다른 가족들도 알게 되어 기쁘다. 이 경험이 나에게 다문화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나라가 달라서 다문화가 아니란 생각을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도 서로 다른 가족문화의 남과 여가 결혼을 하게 되면 다문화가 아닐까? 우리의 다문화라는 관념을 새로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식적인 만남에서 평가회를 하고 자원봉사능력개발원에서 각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이라고 전해준 앨범은 정말 감동이었다. 세심한 배려에 뭐라 표현 할 수 없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앨범 속 사진에는 에덴씨와 우리가족의 행복한 추억의 순간이 담겨있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도 그 사진 속에 우리의 인연은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