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지 못하던 세상, 쪽방 희망5길 봉사자 조인영 21살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 즈음, 친구가 같이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다. ‘더운 여름이고, 저녁에 하고, 장마가 오면 더 힘들 것 같은데..’ 하며 친구에게 몇 번이나 결정을 번복하다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선 내 이름이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흥미를 끌어서였다. 희생과 봉사정신이라는 탄탄한 명분위에서 서 평소 내가 알지 못하던 세상을 보고 싶어서였다. 결코 내가 절박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다거나,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와 손을 잡고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대구쪽방상담소에 폭염캠페인 설명회를 받으러 갔다. 그곳에선 우리가 할 일을 설명 받고 2개월 동안 함께 움직일 팀을 만들었다. 팀당 인원은 4~5명 정도였고, 지역은 서구, 북구, 동구, 중구에 나눠져 있었다. 나는 중구에 B 팀으로 우리 팀은 나까지 4명이었다. 봉사활동은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직원 1명과 동행하여 총 5명이서 한다고 했다. 팀원과 개발원 직원분과 간단히 인사를 나눔으로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며칠 후, 봉사활동 첫날이었다. 우리 팀은 경상감영공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중구 B팀의 봉사지역은 경상감영공원 주변이라고 듣긴 했지만 사실 여기서 차를 타던 해서 어디 중구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바로 옆이 대구광역시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인데 이 주변에 쪽방촌이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이해가 되진 않았다. 팀과 만난 후, 개발원 직원을 따라 경상감영공원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직원이 설명을 해주시길 여기서부터가 쪽방촌이라고 하셨다. 아이러니했다. 저 옆이 동성로라는 것도 그랬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정말 이상했다. 개발원에서 준 모니터링 종이를 들고 2층짜리 오래된 건물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 앞에 회색 복도가 있고 그 옆에는 문들이 누가 급하게 붙여놓은 것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문 사이들이 너무 좁아서 이상해 보였다. 이내 안에 들어가 쪽방의 주민들과 인사할 수 있었다. 그들은 3평 남짓한 방 안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 방안에는 TV, 밥솥, 쌀, 라면, 약 봉투, 냄비, 선풍기 등 그들의 살림살이가 있었다. 조금만 둘러보면 그들이 점심은 뭘 먹었는지, 어디가 아파서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요즘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집 화장실 만한 공간이지만 분명하게 그들의 집이었다. 그래서 문턱 하나를 넘어도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았다. 그럼 그들은 인사로 맞아주면서 집에 들여보내주고 요즘 덥다며 한 대밖에 없는 선풍기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방이 정말 더웠다. 문도 열려있고 창문도 열려있는데 엄청 더웠다. 그래도 차마 덥다는 티는 못 내고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선풍기를 나에게 돌려줘서 정말 고마웠다. 모니터링은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아픈 곳은 없는지, 지내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건 있는지를 면담으로 알아보는 식이었다. 주민들은 필요한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고 아픈 곳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매주 찾아오는 나를 기분 좋은 인사로 맞아줬고 돌아갈 땐 고맙다며 인사해줬다. 이 봉사를 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느꼈던 점이다. 하지만 가끔 물품 같은 것을 나눠줄 때가 있다. 라면, 통조림 같은 먹을거리나 수건, 부채같이 여름을 날 때 필요한 것들이 있었는데 나는 선풍기를 나눠 줄 때가 제일 좋았다.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주민의 선풍기가 고장 난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때 그분의 선풍기를 바꿔드릴 수 있어서 힘들게 다닌 모니터링에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거창한 각오나 깨끗한 선의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었지만 그런 나에게도 이런 경험은 내 일상이나 생각에 많은 의문을 갖게 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 남는 것이 많은 활동이었다.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점이었다. 도움을 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는 일이 예전에는 어렵고 어쩐지 부끄럽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내가 생각하기엔 작은 도움이라도 도움을 받는 이에게는 너무 고마운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