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삐그덕 쌓여가는 고물상 이야기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지민겸 총괄팀장 세상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공원의 낡고 기울어진 벤치에도 놀이터에 흔들거리며 서있는 정글집에도 시간의 켜를 쌓아두고 누군가의 이야기는 벗겨진 칠처럼 남루하여도 소중한 것으로 깃들어 남겨진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나지막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겠지. 낡은 집, 낡은 담벼락, 낡아 해진 옷, 낡은 장롱, 낡아버린 기억... 모든 낡은 것에는 한 점 애정이 그렇게 남겨져 있고 쓰임새를 다하고 버려지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묻어져 난다. 다 써버리고 쓰임새가 없어져 버려지는 것들을 모으고 가려 다시 쓰임새를 만들고 누군가 버리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다시 쓸모가 생겨나기도 하듯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시작하는 고물상에는 고물과 함께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여져가게 될 듯싶다. 작년부터 준비하며 구미의 참살이 재활용센터로의 견학과 배움, 그리고 고물상을 시작하려고 하니 주변에 고물상을 하는 사람, 한 다리 건너 고물상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그 많은 이야기들도 주워 담으며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시작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조심스럽고 걱정을 쌓으면서도 고물상은 시작될 것이다. 쪽방 아저씨들도 고물상 이야기를 꺼내면 할 말이 많아진다. 당신들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의욕도 내보고 계획도 세워보며 한몫 거들 참이고,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여기저기서 고물을 가져가라고 뜨문뜨문 연락이 온다. 가져와서 팔아도 보고 분류도 해보고 그렇게 이미 고물상이 한 걸음 내딛는다. 그리고 지난 3월 일산까지 찾아가 ‘고물상 창업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고물의 유통과정이나 경로, 경기상황과 고물의 연관관계, 고물의 종류와 가격, 고물상의 위치선정과 방법... 그럼 그렇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언제나 가치와 현실은 멀찍이서 내외하지만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현실 속에서 가치를 놓지 않고 더뎌지고 힘들어도 걸어온 길이 있다. 그 길을 걸어낸 근기가 있다. 언제나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쪽방주민들이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쪽방주민 스스로 함께 일구고 만들어가는 고물상이 또 하나의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시간 안에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도, 사람도 없듯 우리가 생각하는 소중함과 조금은 닮아있는 고물상의 이야기에 여러분들의 삶과 따뜻함도 한줌 보태어 주시면 지금까지 우리가 그러했듯이 그렇게 소중히 함께 담아가 보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