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일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에 터를 잡은지 4년 차. 아직도 개발원 일꾼으로 부족함이 많은데, 그 부족함을 채우기도 전에 새로운 명함을 받았다. 바로, 2012년 3월 1일 부터 법인의 부설기관 대구쪽방상소 간사일도 겸하게 된 것이다. 내 마음은 늘 그러하듯, 단체의 상황에 따라 내가 있는 곳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한 쪽방상담소 간사로서의 첫 재가방문!! 그동안 상품권나눔활동이나 전수조사를 통해 다녀보기는 했지만 나에게 새롭게 부여된 이름으로 참여하는 일이니 나름대로는 의미있고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맡겨진 일은, 서구지역 쪽방을 다니면서 방에 계신 분들께 라면을 전달하고 안부를 여쭙는 활동이었다. 그 활동 중에 만난 사람들... 심드렁하게 대하시면서도 라면은 내심 반기시는 아저씨. 늦은 시간까지 수고한다며 민망할 정도로 몇 번이나 감사인사를 하시는 아저씨. 쭈뻣쭈뻣하게 인사를 하며 라면만 건네받는 젊은 청년. 자다 일어나셔서 밤에 뭐 이리 시끄럽냐며 한 소리 하신 뒤에 라면을 받아가시는 아저씨. 방이 너무 좁아 버너를 두지 못했다고.. 받아도 끓여 먹을 수 없으니 괜찮다고 하시는 인상 좋은 아저씨. 찾아와주는 사람 없는데 이렇게 와주니 반갑고 고맙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아저씨. 그러다가 별말 나누지 않았는데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 고2, 20대 초반 아들과 함께 사는 아저씨의 쑥스러움에서 '내가 실수했구나...' 생각하게 한 그 아저씨. 방세 밀린 아저씨, 일 못 나간 아저씨....아저씨들이 말 못하는 사정을 이야기해주시는 주인아주머니. 재가방문 후에 오늘은 어제 만난 분들 중 연계복지관과 주민센터에 아저씨들이 원하는 상황을 알아 본 뒤 전화 연락하는 일과 상담일지를 작성하는 일까지 마무리 하는 것으로 쪽방상담소 간사로 첫 업무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당사자를 만나는 현장 속에서 내가 어떠한 편견도 없이 주민들의 있는 그대로를 보고, 진정성을 다해 만나되, 냉정한 눈과 객관적 판단을 놓치지 않고 '오롯이 바로 선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길은 이제 시작임을 안다. 그 시작에서 생각해 본다. 쪽방에 살고 계신 한 분, 한 분의 사정과 상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하루하루 근근이 살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만하면 한 줄기 빛이 그리운 2평 남짓 그 방에서 살아감을 이어가지는 않겠지. 그 분들에게 더 나은 생활의 빛은 뭘까? 라면 한 박스? 원룸? 취업? 수급권? 글쎄? 그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 듣는것에서 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에 머무르는 삶일지언정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을 존중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고자한다. 그 일이 그 분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 나의 삶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귀한 거름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쁜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가지는 처음 마음이 모두 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의 진심과 때 묻지 않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이 늦은 밤 하릴없이 이 글자들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