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이야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전문 - 몸은 정직하다. 좋은 것으로 채우면 건강하고 반대의 경우 병약해진다. 귀하게 대접한다는 것은 꼭 비싸고 화려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정성을 다하고 속임 없이 극진히 대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배고픔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생명을 유지함에 가장 근간이다. 무료급식은 그저 밥 한 그릇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중히 여기는 것에서 비롯된다.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은 없다지만 아직도 절대빈곤은 존재한다. 시인의 말처럼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 먹는 일에 거룩함’을 늘 체험하며 산다.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과 쪽방상담소는 오랫동안 무료급식을 진행해오며 보다 많은 사람에게 생명 같은 밥 한 그릇 더 나누는 법을 궁리하였다. 지금부터 3년 전의 일이었다. 조직은 마치 유기체와 같다. 정해진 방향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과 가능성을 향해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우리는 지난 3년을 막히면 쉬어가고, 걸리면 넘어가며 더디지만 원하던 지점에 닿은 듯하다. 닿았지만 마침이 아니라 시작인 가닿음.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2011년 11월 15일 OPEN한 나눔 밥집 “따신 밥 한 그릇”은 밥 파는 식당이다. 모든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고자 온 정성을 다해 따신 밥 한 그릇 내어놓고자 함이다. 무항생제 평사닭으로 끓여내는 닭개장, 의성에서 도정해온 의성 쌀, 안동에서 직접 가져오는 간고등어, 그리고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정갈하게 차려내는 반찬, 그 누가 되었건 정성스레 따신 밥 한 그릇 내어놓는다. 그렇게 파는 밥값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과 나누는 일에 쓰여 진다. 밥집에 걸린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밥 냄새는 꼬숩고 주방은 분주하다. 평리4동 주민센터의 직원들이 “따신 밥 한 그릇” 점심때마다 장부에 적어가며 매일 먹겠단다. 일단은 밥과 반찬이 성에 찼기 때문이겠다. 근처 가족보건소 직원들과 간호사들이 일주일에 몇 번은 들른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밥값이니 맘에 들지 않는다면 올 일이 없다.